대전의 탑학원 story

1.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다들 한번씩 들어봤을만한 탑학원이라는 곳이 있다. 

거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만 해도 탑학원의 위상은 엄청났다. 대전에 살던 왠만한 중고등학생은 모두 그곳에 다녔으니까-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면 학교 친구들이 또 그대로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스파르타식 교육" 때문이었다. 일단 학생이 그 학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밤 12시~1시가 될 때까지 집에 갈수 없었다. 저녁 7시 쯤 학원에 가서 밤 9시-10시까지 수업을 듣고나면 학원 내의 독서실로 끌려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강제 자습을 하게 되는데, 안경 낀 독서실장이 항상 인상을 쓰고 몽둥이를 들며 얘가 딴짓하지 않나 졸지 않나 감시를 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스파르타식 교육"을 대전에서 실시한 곳은 아마 탑학원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나 같은 경우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 곳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학원을 다니고 나서부터 매년 3-4 센티미터씩 자라던 키가 갑자기 멈추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ㅠ 하긴 밤 11시면 자던 아이가 갑자기 새벽 1-2시에 자게 되었는데 사춘기 성장이 제대로 될리가 있을까..

아무튼 학생들이 죽을 맛이던 아니던, 키가 안크던 말던, 탑학원의 "스파르타 교육"은 당시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일 밤 11시~12시가 되면 탑학원 앞은 집에 가려는 학생들, 줄 서 있는 학원버스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스파르타 교육"을 모토로 삼고 있는 학원인만큼 "체벌"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자습시간에 편의점에서 라면 먹다 걸리면, 혹은 수업 땡땡이 치다가 걸리면 부원장은 청테이프를 똘똘만 몽둥이를 가져와서엉덩이를 가격했다. 나도 한번 걸려서 맞아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감정을 싫어서 때리더라. 학교에서 맞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중학생이면 정말 얘기들인데 편의점 가서 라면 먹은 것이 무슨 큰 죄가 된다고 그리 체벌을 가했는지 지금이라도 한번 물어보고 싶다.



2. 탑학원에게 "스파르타 교육"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얘들을 들들 볶고 잡는 것에는 정말 일가견을 발휘했지만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얘들 혼내는 것 만큼 수업내용에 신경을 썼다면 아마 제 2의 메가스터디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 오히려 학생들의 자존감을 일부러 망가뜨리면서 공부를 시키려고 했다.

수업 도중에 종종 원장이 와서 반 아이들 전체를 원장실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가보면 간단한 간식거리를 나누어주면서 수다 좀 떨자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학생과 우리들을 비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각 반에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한명씩 있었다. 그러면 원장은 다른 아이들 앞에서 저 친구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저번에 전교 몇등을 했는지 계속 칭찬을 했고, 그것이 끝나면 너희들도 재처럼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원장은 나름대로 자기가 이런식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motivation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상은 정 반대였다. 한창 사춘기 질풍노도를 달리던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로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다른 학생들과 일부러 비교해서 성적을 올릴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 그렇게 중고등학교 성적이 좋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정말로 믿었던 것일까?

내 학창 시절의 거의 절반을 담당했던 탑학원이었지만 지금 되돌아보았을 때 떠오르는 즐거운 추억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강제로 자습하던 기억, 몽둥이로 맞던 기억, 그리고 학원 원장이라는 작자가 대놓고 다른 학생과 나를 비교하며 비하하던 기억밖에 없다. 그 학원을 다니면서 내 성적이 조금 올랐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내 키는 중2에서 멈추어버렸고 즐거워야할 학창 시절은 끔찍한 학창 시절이 되어버렸다. 그 때는 정말로 우울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가끔씩은 정말 죽고 싶었다. 



3. 훗날 대학교에 가고 나서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탑학원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스파르타 교육"으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만일 내가 대학원을 그렇게 다녔다면 박사학위는 결코 따지 못했으리..
"스파르타 교육"은 공부 못하는 학생의 성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전부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간 계속 받한다면 그 학생은 burn out이 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 "노오오오력"만 강조하는 교육은 정작 학생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할 기회를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작 보트에서는 구멍이 뚫려서 물이 새고 있는데 목적지를 향해 노만 저으라는 꼴이다. 노만 젓다간 결국 가라앉을 판-

이따위 교육방식에 대전의 온 학부모가 열광했다니...내가 살았던 90년대도 만만치 않은 야만의 시대였구나..


4. 요새도 종종 미국에서 살아야 하나 한국에서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렸하기에 무엇이 낫다고 하기가 애매하며 섵불리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지금 1살 된 아들이 나중에 한국에서 중학생이 되고 그런 탑학원 같은 곳에 
에 다니게 될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한국에 가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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