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사기 - #3 (속고 속이는 오퍼) story

지난 글 - #1

집 4군데를 돌아보았지만 맘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80% 정도 맘에 드는 후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지를까 말까 고민하게 되었는데... 고민하던 어느 일요일 아침 리스팅 하나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지 하루 밖에 되지 않는 따끈따끈한 매물이었다.


회사와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고 (기준 1 충족), 집 베란다도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기준 2 충족), 매달 내야하는 비용도 2베드룸 렌트와 같았으며 (기준 3 충족) 지은 지도 3년 밖에 안된 타운하우스였다. 리스팅을 확인한 날 오후에 오픈하우스가 예정되어있어서 부동산 에이전트한테 연락하지도 않고 혼자서 구경하러갔다.

실제로 봐도 괜찮았다. 원주인은 혼자 사는 젊은 인도 여성이었는데 디자인쪽에 감각이 있는지 나는 엄두를 못 낼정도로 실내를 예쁘게 꾸며놓고 관리도 잘 해놓았더라. 혹시 몰라 집을 파는 이유도 물어보았는데 직장이 보스턴 시내에 있어서 회사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가려고 한다 하더라.

물론 100%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 90% 정도? 아쉬운 점은 바로 가격- 타운하우스라서 똑같은 형태의 이웃 집들이 얼마에 팔았는지 인터넷에 다 공개되어있는데 이 집은 그것보다 비싼 가격으로 내놓았더라. 

집 가격을 여기서 공개하긴 그렇고, 간단히 예시를 들자면 이러하다.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 옆집들은 다 1억8천만원 또는 그 이하에 팔렸는데 이 집 혼자만 2억에 집을 내 놓은 경우였다(예시일뿐 실제가격이 아님). 물론 가격을 올린 이유가 있긴 했다. 다른 집은 거실은 나무 바닥, 침실은 카펫으로 깔아 놓았는데 이 집은 침실 바닥까지 모두 나무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카펫 보다 나무 바닥이 먼지도 덜 쌓이고 인기도 좋지만 그에 비해 가격도 비싸다. 침실까지 모두 마루로 깔았다면 공사비가 꽤나 들었을듯?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마루바닥 역시 중고니까 당연히 감가상각을 해야할듯 싶고;; 그런것 따지면 다른 집보다 가격을 더 쳐줘서 한 1억9천 정도면 될 듯 싶었다.

약간 아쉽긴 했지만 90% 정도 맘에 들었으니 한번 질러보기로 했다.

아, 2억에 집이 올라왔다고 해서 무조건 2억에 사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당연히 집주인하고 네고가 가능하다. 물론 주택시장이 핫할 경우 네고이고 뭐고 웃돈까지 줘야한다 ㅠ

어찌되었건 내 맘에 드는 집이 있을 경우 "이 가격에 사고 싶다"며 오퍼를 넣는다. 마치 경매하고도 같다. 집 주인이 제시한 가격에 맞추어 제시할 수도 있고 정반대로 후려쳐서 제시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오퍼를 받을지 안받을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집 주인 마음이다. 후려친 가격을 내칠수도 있지만, 인기가 없는 집일 경우 받아들일수도 있다. 또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므로 여러개의 오퍼가 동시에 오기도 하는데 그러할 경우 집 주인은 맘에 드는 오퍼를 선택한다.

오퍼라고 해서 단순히 내가 얼마에 사겠다는 내용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융자조건 (+pre-approval), 디파짓, 예정 구매 시한 (closing date), 그외 각종 법적인 조건(contingency)이 적혀있다. 금방 준비할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2-3일은 걸리긴 하지만 그 과정을 여기에 적기에는 재미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니 패스하도록 하자 (궁금한 내용은 따로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무튼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작성한 오퍼를 상대방 에이전트에 전달했다. 위에서 적은 대로 2억짜리 집이었지만 우리는 가격을 나름(?) 후려쳐서 1억8천에 냈다. 집 주인이 단칼에 거절할수도 있지만 일단 시장에 나온지 1주일도 안되었으니 경쟁자들도 적을 것이라 생각했고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가 낸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리는 없을 것이고 카운터 오퍼 (집 주인이 다시 제시하는 오퍼)가 올 것이라고 에이전트가 말하더라.

오퍼를 낸 다음날 아침, 상대방 에이전트한테 연락이 왔다. 예상한대로 우리가 제시한 1억8천은 너무 낮다고 하면서 지금 우리말고도 또 다른 팀이 오퍼를 냈으니 두 팀을 한번 경쟁 시켜서 다시 오퍼를 받고,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하겠다고 하더라. 그 대신 조건이 있으니 최소 오퍼 금액은 1억9천5백! 또 당일 오후 5시까지 제출해야한다고 하더라.

5백 밖에 안 깎은 것이 최소 금액이라니 살짝 짜증이 났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제 값 다 주고 그 집을 살 생각은 없으니 그들이 제시한 최소금액(1억9천5백)만 적어서 오퍼를 냈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안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세게 나갔다;;

얼마 안되어서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희 말고 다른 팀이 오퍼를 더 높게 쓰긴 했는데 우리는 너네팀 오퍼가 더 맘에 드는 것 같아. 그래서 너희 오퍼를 수락할께-라는 내용이었다.

응? 어떻게 오퍼 가격이 더 낮은데 더 맘에 들수 있자?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웬지 상대방 부동산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거짓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는 나 혼자만 오퍼를 넣었는데 나 말고도 오퍼가 여러개 있다고- 이럴줄 알았으면 초장부터 내가 낸 가격아니면 안 산다고 세게 말할걸 그랬나;; 기분은 찜찜하긴 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안 것이지만 오퍼 가격이 낮아도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특히 집을 파는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융자를 못받을 가능성도 고려하는데 예를 들어 다운페이 (선납금) 비율이 낮을 경우 ( < 5%), 융자해주는 은행에서 종종 융자 자체를 엎어버린다고 하더라. 그렇게되면 집을 파는 사람도 손해이니 차라리 오퍼금액이 낮더라도 다운페이 많이 하는 바이어를 선호한다는 이야기- 물론 이것은 문자 그대로 추측일뿐 실제로 거짓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듯;;


어찌되었건 내가 낸 오퍼가 선택이 되니 기쁜 마음 반, 찝찝한 마음 반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해야할 수많은 일들을 확인하고 나서 괜히 오퍼 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그것은 다음글에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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