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오지랖 story

0. 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주변으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 중 대부분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지만, 별 쓰잘데기 없는 오지랖도 종종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육아 오지랖 관련해서 기분이 나빴던 경험도 있고 말이다.

1. 매주마다 와이프 때문에 억지로 끌려가던 교회에서 있던 일이다.

남자 선교회 모임(?) 이라는 곳에서 다른 아저씨들(최소 10년 터울)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와이프한테 다른 일이 있어서 나는 8개월 짜리 아들을 데리고 있었고-

아기가 좀 칭얼대길래 나는 아기를 안은 상태에서 다른 아저씨들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아저씨 중 한명이 나에게 그런다.

- 아기 너무 안아 주지 마라. 버릇 나빠진다.

이야기가 끝나서, 유모차를 끌고 졸졸졸 따라 나오는데, 그 중 또 다른 한명이 나에게 이런다. 

- 남자가 무슨 유모차를 끌고 다니냐. 여자 같다.

-_-

2. 육아는 매우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육아의 방법이 1)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2)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 내가 선택한 육아의 방식은 엄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아들을 안고 있는게 즐거워서 안고 있는 것인데, 왜 그러지 말라는 오지랖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내가 좋아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건데, 왜 그 모습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3. 그렇다고 그 아저씨들이 육아에 참여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가장 바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 10살 남짓한 자기 자식들은 와이프한테 맡겨 두고, 지들은 다른 아저씨들끼리 낄낄 거리며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고- 와이프는 얘들 챙기느라 보이지도 않고-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믿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인데, 어디서 감히 다른 사람에게 육아에 대한 꼰대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역설적인 감정 마저도 느낀다고나 할까? 마치 이혼당한 아저씨들이 갓 결혼한 청년 앞에서 "결혼 생활은 이렇게 하는거야~" 하고 조언하는 듯한 느낌?

그런 행동이 허용이 되는 사회라면 이해라도 해줄수 있지. 다른 미국인들에게 육아는 부부의 공동책무라는 믿음이 내재화 되어있는데, 왜 이 아저씨들은 미국물을 그렇게 오래먹었으면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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