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이야기 diary

지난 4월 1일에 지원했던 H1B 비자(취업비자)가 추첨에서 뽑혔다는 소식을 변호사로부터 들었다. 안그래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금 더 첨언을 하자면, 미국에서는 매년 4월 1일부터 취업비자 지원서를 받기 시작한다. 매년 배정된 취업비자의 개수는 총 8만5천개에 달하는데, 항상 할당량의 몇배에 달하는 지원자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4월 7-8일 정도 되면 지원서 받는 것을 중단한다. 그래봤자 이미 20만개 정도 되는 지원서가 쌓여있기에, 이제 컴퓨터 추첨을 돌려서 8만5천명의 지원자를 뽑는다. 100% 운빨이며, 만에 하나 떨어질 경우 다음해를 기약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한다.

그랬던 취업비자인데 추첨이 되었다니 다행스러울 수 밖에- 안그래도 요새 인도얘들이 너무 많이 지원해서 경쟁률을 높여놓은지라 한국인들도 H1B에 많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 나온김에 비자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보자. 외국인으로서 타국에 살아간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신분 문제를 동반한다. 마치 조선시대에 사는 것처럼 나에게 해당하는 신분이 있으며, 그 신분에 따라 내가 할수 있는 행동에 제한이 가해진다. 

1. F-1 비자 (학생비자)
처음 미국에 왔을때 내 신분이다. 학생비자이기 때문에 공부 하고, 돈 쓰는 것만 할수 있지 직장을 잡아 돈을 벌 수는 없다. 말 그래도 졸업 하면 너네 나라 돌아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한국 국적을 가졌기에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불이익은 없었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중국인 학생이거나, 미국하고 사이가 안좋은 이란 학생일 경우, F-1 비자는 single-entry (단수비자)가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비자는 일회용일 뿐이며, 미국에 재입국을 하기 위해서는 매번 대사관에 인터뷰를 다시 하고 비자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한국에 급한 일이 있는 경우 잠시 한국에 방문하고 다시 미국에 돌아가는 것에 전혀 제약이 없지만, 중국인이나 이란사람의 경우 훨씬 까다롭다. 모국에 가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대사관 인터뷰를 다시 해야하고 비자를 다시 받아야한다. 인터뷰를 해서 비자가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1주일만에 비자가 나오지만, 중국인 친구의 경우 1달, 이란 친구의 경우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 특히 이란 사람의 경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졸업할때까지 모국에 아예 안간다고 ㅠㅠ 대학원 박사과정을 시작하면 5년 정도 있어야 하는데 5년동안 가족 얼굴도 못보게 되는 셈이다.

2. F-1 비자 + SSN (사회보장번호)
앞서 F-1 비자는 일을 하고 돈버는 것이 불가능한 비자라고 말했지만 예외가 있다. 대학원생의 경우 지도교수의 랩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거나, 수업 조교를 하면서 학비감면을 받고 일정량의 생활비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월급을 받게 되면 당연히 세금을 떼게 되고, F-1 학생은 SSN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수 있겠다.

SSN이 있고 없고는 정말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SSN이 없으면 나의 identity를 증명할수가 없다. 예를 들어 아파트 렌트를 구할때도 나의 SSN을 물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하는데, 만일 없다고 할 경우 디파짓을 더 많이 내야하고 심할경우 리싱 오피스에서 내가 렌트 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할수도 있다. 내가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핸드폰을 만들때도 SSN을 물어보고 통장을 만들때도 SSN을 물어보고.. 쉽게 비유하자면 주민등록번호 없이 살아가는 꼴이다.

3. F-1 비자 + SSN + CPT
해외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참 좋다고 느낀 점은 인턴을 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도교수 성향에 따라 인턴을 갈수 있어도 못가는 경우가 참 많지만..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도교수가 창립한 회사에서 인턴을 오래~하게 되었다. 

F-1 학생이 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절차를 겪어야 한다. F-1은 원래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한 비자이기 때문- 인턴을 하기 위해서 학교로부터 CPT라는 것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인턴하고자 하는 회사 사장의 싸인, 지도교수의 싸인, 국제처의 싸인, 학과 사무실의 싸인, 학과장의 싸인...아무튼 여기저기서 받아야 하는 서류가 3-4개 정도 된다. 다 받는데만도 며칠 걸리고..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CPT를 발급받게 되면 인턴을 할수 있게 된다. 물론 그래봤자 영원히 인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3-4개월 밖에 못한다. 만일 CPT기한이 만료된 뒤에 계속 인턴을 하고 싶을 경우, CPT를 재발급 받아야 하며, 또 싸인받으로 학교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인턴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오래 했는데, 4개월 마다 CPT받으러 난리친 것을 생각해보면...휴;;

4. F-1 비자 + SSN + OPT
졸업을 하거나,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1년에 한해서 정식으로 직장을 잡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이게 OPT이다. 앞에서 CPT받는 것이 번거롭다고 했지만, OPT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OPT를 받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이민국에 서류를 제출해야하는데, 싸인받는 것은 물론이고, 여권사진도 새로 찍어야 하고, 제출해야하는 서류 두께가 작은 책자 급이다.

더 큰 문제는 OPT를 발급될때까지 3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만일 학생이 덜렁대다가 졸업이 내일인데, OPT를 신청한다면 학생 비자가 만료 된 후에나 OPT를 받을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중간에 붕 뜬 기간에는 불법체류자가 되는 꼴인데.. 이런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OPT신청을 놓친경우 졸업을 한학기 미루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1년 정도 OPT 생활을 하면서 취업비자도 신청하게 되고, F-1비자 생활을 만료하게 된다.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가장 큰 문제가 신분문제인 듯 싶다. 항상 신경을 써야하고, 혹시나 깜박하면 체류신분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설마 이민국이 알겠어? 하면서 학생 비자 상태에서 알바하다가 걸려서 큰 문제가 생긴 케이스가 한 두명이 아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사는 것이 신분문제 해결 안된 이방인의 삶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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