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끝 diary

0. 어제 날짜로 디펜스를 마쳤다.

총 6명의 교수님이 들어와서 1시간의 open session 발표를 하고, 나머지 1시간은 6명의 교수님들의 질문들에 대해서 답변을 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잘 안풀리는 디펜스들을 많이 목격했고, 하필이면 나의 커미티 멤버중에 전자과 3대 악마 교수들이 모두 모여있어서 (그 중 1명은 내 지도교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훈훈한 분위기로 잘 마무리한듯 싶다. 끝나고 나서 지도교수도 엄청 좋아하고-


1. 내가 이 랩에 조인한 이후로 총 11명의 학생이 지도교수로부터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물론 곱게 졸업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명은 박사학위 공부 도중에 도망갔고, 또다른 1명은 지도교수가 짤라버렸으며, 또다른 한명은 지도교수와 싸우다가 빡쳐서 나가버렸다. 계산해보면 우리 랩의 중도 포기율이 대략 3/14, 20%가 약간 넘는다는 셈인데, 뭐 나는 나머지 80%에 든 셈이다.


2. 졸업이 늦어지면서, 처음 얼마동안은 다른 사람들한테 쿨한척하면서 "뭐 언젠간 졸업하겠지. 남들 졸업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게 계속 늦어지니까 정말 짜증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더라.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 누가 나에게 졸업 언제 하냐고 물어보면, 나의 솔직한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그리고 나보다 탱자탱자 놀던 사람들이 먼저 졸업하는 것을 보니, 정말 피가 꺼꾸로 솟더라"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왜 그리 부정적으로 사냐고 뭐라 그러고 ㅎㅎ;; 근데 그렇게라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더라.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사연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데 긍정적인 삶을 강요 좀 하지 않았으면..

3. 디펜스를 마쳐서 가장 좋은 점은 더 이상 내가 나를 갉아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대학원 기간동안 항상 불안해하면서 살았다. 랩에 밤 9시에 퇴근하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일찍 퇴근해도 되나" 하면서 죄책감을 느꼈고, 주말에 집에 가만히 있으면 "내가 지금 랩에 안가고 이래도 되나" 하며 불안해하다가 결국 랩에 나갔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항상 자책을 했고,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이 항상 스스로를 압박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정말 수년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심리적 압박감을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 사실이 가장 기쁘고 또 반갑다.

4. 주변 사람들이 "박사 공부 한 것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을 하더라;; 이게 뭐 말이야 방구야ㅎㅎ
과연 대학원 과정을 후회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까? 내가 나를 그렇게 갉아먹으면서도, 대학원을 결정한 나의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정말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이세상 모든 대학원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후회 하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때려치지 않고 있지요!

5. 디펜스를 했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마무리 해야할 일들은 많다. 얘들도 가르치고, 학회도 준비하고, 저널도 써야하고 테입아웃도 해야하고... 이렇게 아틀란타 생활을 6월까지 하다가 다시 보스턴으로 올라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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