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 저널(Journal) story

몇 주 전에 저널(Journal) 한 편을 개재했다. 대학원생이 저널 내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저널은 나에게 참으로 의미가 있는 저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재되기까지 자그마치 "3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근성으로 썼다 할 수 있다.

물론 학회 논문보다는 저널이 개재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노력이 많이 필요하긴 하다. IEEE (전기전자기술자협회)의 경우, 학회는 보통 4장만 쓰면 되지만 (ISSCC는 그림까지 합쳐서 2장, 하지만 되기가 어렵지 ㅠ), 저널일 경우 기본이 8-10장 정도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분량이 2배이니 데이터를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제출하고 나서도 일이다. Peer-review라고 해서 리뷰어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학회논문도 마찬가지이긴 한데...학회는 제출된 논문들을 가지고 TPC멤버들이 모여서 이것을 패스시킬지 리젝 먹일지 고민하는 한편, 저널 같은 경우 논문 한편당 리뷰어가 최소 2명 (보통은 3명)이 붙어서, 논문을 심사한다. 

그 과정도 까다롭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리뷰어는 1-2달 정도 주어진 시간동안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고 다음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른다.

1) Accept without revision (바로 개재)
2) Minor revision (괜찮은 논문? 물론 수정사항이 조금 필요하다)
3) Major revision (논문이 나쁘지는 않은데, 수정이 많이 필요한 경우)
4) Reject (논문이 별로인 경우..물론 이것 역시 바로 리젝도 있고, 한번더 기회를 주는 리젝도 있다)

보통은 2번 아니면 3번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골 때리는게, 리뷰어 3명의 의견을 평균 내서 전체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점수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어 리뷰어 2명이 minor revision을 냈더라하더라도, 리뷰어 1명이 reject을 내는 경우 그 논문은 끝이라는 이야기이다.  

리뷰어 3명이 동시에 2번 또는 3번이라는 결론을 내어도 정식 개재는 아니다. 리뷰어들이 수정사항 또는 질문들을 한 바가지 적어서 보내주는데, 보통 10개에서 20개, 많으면 30개 정도- 그 질문 하나 하나에 대해서 답변을 해야한다. 
 
그러다 보면 2-3달 시간이 지나는 것은 일도 아니고, 답변을 보내도 리뷰어들이 2차 질문/수정사항을 보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게 된다. 그래서 보통 논문을 제출하면 정식 개재되는데만 짧으면 3-4개월, 보통은 6개월도 걸린다.

그리고 어디 또 그 뿐인가. 일단은 지도교수가 저널을 내고 싶어야 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자 바로 여기에서 국내 대학원과 해외 대학원이 나뉘어지게 된다. 한국 같은 경우, 논문 실적이 교수 평가 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교수들은 어떻게든 저널을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국내 대학원생들 논문 실적이 대부분 좋다. 그 대신 해외 학회 논문은 실적에 포함이 안되어서 별로 안 쓰려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해외 대학원의 경우 논문 실적이 교수 평가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어가긴 하는데 한국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논문 실적보다는 프로젝트를 몇개나 더 따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도 테뉴어 받으면 필요없기 마련이고..물론 테뉴어 받은 이후에도 돈 따러 다니기 위해선 저널이 필요하긴 한데 (스폰서를 설득하기 위해서), 한국처럼 논문을 찍어내는 수준은 필요없고, 잘 쓴 저널 1-3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다보니 저널을 쓰는데 있어서 한국 교수들 마냥 aggressive 하지가 않다.

aggresive 하지가 않으니 당연히 교수의 기준은 높아만 진다. 결과를 가져오라고 해서 결과를 가져오면 왜 이렇게 별로냐고 뭐라고 하고,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면 몇달 뒤에 새로운 디자인 나가는데, 그것으로 새로 측정을 해서 새로운 데이터로 내자고 하고..그라다보니 내가 맨 처음 썼던 논문에 비하면 현재 논문은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었다.. 한국이라면 최소 2편으로 나눠서 냈을수도 있을텐데..쩝.. 이 피 말리는 과정은 작년에 썼던 포스팅에 더 자세히 적혀있다 (http://etha.egloos.com/5978415)

아무튼 논문 쓰는 기간만 3년이 넘게 걸리고, 최종 워드 버전은 63번째 버전이 되어버렸다. 내 주변에서도 이 정도로 오래 교수가 질질 시간을 끌어가면서 저널을 썼던 사람은 없었던듯 싶다;;

*문자 그대로 근성으로 썼다..


아무튼 정식으로 개재가 되었으니 링크는 달아야지- 안타깝게도 졸업하면서 IEEE 에서 마음껏 다운로드 받을수 있는 계정까지 정지된 상태라, 내 논문을 첨부할수는 없다 ^^;; 1저자인 내 논문을 내가 못보네;;




이공계 논문 이야기이니까 과학밸리로?



1 2 3 4 5 6 7 8 9 10 다음